블랙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라니 무커르지(미셀 맥날리), 아비타브 밧찬(데브라이 사하이)
보이지도 듣지도 못하는 미셀과 그녀의 사하이 선생님의 감동 스토리.
2살 때 아프고 난 뒤 보지도 듣지도 못한 암흑의 세계에 갇히게 된 미셀은
짐승같은 생활을 하며 지낸다.
부유한 인도계의 영국인 부모 덕에 호화로운 생활은 하지만
장애아라는 이유로 미셀의 모든 행동은 다 받아들여지고 이해되어진다.
그러나 사하이 선생님이 오면서부터 미셀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식사예절부터 참는 법,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 단어를 말하고 느끼는 법까지.
사하이 선생님은 일일히 미셀의 손을 잡고 수화를 가르치고, 알파벳을 가르친다.
그렇게 18년..
숙녀로 바뀐 미셀은 부모의 자랑이 되었고, 일반 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아 인문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강의 시간과 모든 시간을 미셀은 사하이 선생님의 손에 의지해 세상을 배워나간다.
거듭된 낙제로 상급학년에 올라가지 못하지만
실패를 오히려 기뻐하며 다시 도전해 가는 두 사람,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가족들.
그런데 늙어가는 사하이 선생님에게 알츠하이머가 찾아온 것이다.
계속 유급되는 미셀,
미셀의 여동생 사라의 결혼.
사랑을 원하는 미셀의 아픔 등을 뒤로 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사하이 선생님.
그 뒤로 12년을 사하이 선생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기도했던 미셀은
아무 기억도 없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졸업 시험에 통과해서 졸업식장에 서게 되지만
사하이 선생님의 부재에 가슴 아프다.
졸업가운을 입고 모자를 쓰고 사하이 선생님의 병실을 찾은 미셀을
사하이 선생님이 알아보시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
아...
미셀은 옛날 처음 선생님을 만났던 8살의 자신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하이 선생님의 선생이 되고자 한다.
식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충분한 감동이 있는 영화다.
중간중간의 환상적인 영상도 좋거니와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하는 구성도 좋다.
블랙은 어둠이고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말이 나온다.
졸업 가운이 블랙인 것처럼 성취이자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이다.
어둠 속에서는 눈이 아무 소용없다는 사하이 선생의 말대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은 아무 것도 없을 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장애를 가지고도,
40년이 걸려서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며 기뻐하는 미셀.
참 부끄러워졌다. 많이 가지고 많이 누리고 있는 내 자신이...
그러면서도 투정부리고 그러면서도 게으른 나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