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하기

<해운대>와 <애자> 그리고 <내 사랑 내 곁에>

박산향 2009. 9. 28. 07:02

해운대를 덮치는 쓰나미를 가상으로 만든 <해운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나는 그 <해운대>를 보며 참 씁쓸했다.

부산말을 투박하게 구사하는 주인공들이 맘에 들어서 그렇게 열광할까.

아니면 엄청난 재앙을 예측하는 보기 드문 우리 영화에 점수를 주는 것일까.

기대보다 매끄럽지 않는 영상과 재난 영화의 긴박함이나 갈등이 부족했다.

 

부산이 배경이 된 또 다른 영화 <애자>.

애자(최강희)는 여고시절 글 꽤나 쓰는 골통이었다.

10년이 지나 서울에서 생활하지만 소설 쓰는 것도 시원찮고

남자친구도 시원찮은 무료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엄마(김영애)가 심장병인가로 쓰러지고 병간호를 위해 부산에 다시 내려온다.

애자와 엄마의 툭닥거리는 일상에서 가슴을 쓸고 가는 눈물이 난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다시 씩씩하게 살아가는 애자를 보며

우리도 웃음 지며 용기를 얻게 된다. 그렇게 살아지나 보다 하고...

 

주인공 김명민이 20키로를 감량하면서 찍은 영화로 화제가 되는 <내 사랑 내 곁에>.

그의 노력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내가 좋아하는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궁금했다.

배우들이 부산말을 쓰는 것은 아닌데 이 영화 역시 부산이 배경이다.

우선은 눈에 익은 송도 고신의료원과 그 바닷가를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루게릭병에 걸려 근육이 굳어가는 주인공 종우(김영민)와 그런 종우를 돌보는 지수(하지원).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에 눈물이 나겠구나 했었다.

그런데 아니다.

나는 그들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종우가 어떻게 죽어 가는지, 지수가 어떻게 종우를 보내는지...

어차피 예상되어진 죽음이라 그런지 그리 슬프지도 않았다.

그만큼 새로울 것도, 감정을 자극할 만한 모티브도 2프로 부족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부산이 영화를 찍는 장소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부산 사람들의 의리, 살아가는 툭툭한 정 때문일 것이다.

다른 도시, 특히 서울에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을 부산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한댄다.

영화 촬영을 위해 도로를 통째로 통제해도 시민 어느 누구 불만을 말하지 않으며,

비가 필요하면 소방차가 달려와서 물을 뿌려주고,

생활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어떤 장소든지 영화를 위해 내어주는 곳이 부산이라고 한다.

이렇게 가는 김에 부산이 배경이 된 걸출한 영화 하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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