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핀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 욜랭드 모로, 울리히 터커
남의 집 청소와 빨래를 하며 지내는 세라핀은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천사의 계시를 받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믿는다.
땔감이나 음식을 사지 않고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리는 세라핀.
들꽃이나 풀들을 물감으로 만들어 쓰고
심지어 성당의 촛농과 식육점의 핏물까지도 그림의 재료로 사용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피카소와 루소를 발굴한 유명 미술 평론가인 독일인 '빌헬름 우데'가 세라핀이 사는 프랑스의 상리스로 이사를 오게 된다.
우데의 집 청소도 맡은 세라핀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외톨이다.
우연히 우데의 눈에 들게 된 세라핀의 그림.
세라핀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림을 사들이지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프랑스를 떠나게 되는 우데.
또 다시 세라핀의 생활은 가난에 찌들리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모자라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포기하고 문을 걸어잠그는 세라핀.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우데를 만나 후원을 받게 되지만
세상살이를 모르는 세라핀은 환각과 망상에 시달리게 된다.
비싼 집을 구하고 비싼 드레스나 식기들을 구입해서 우데에게 결재를 바라지만
우데는 그런만한 능력이 못된다.
경제적인 계산없이 오직 그림만 생각하고 들길을 걸으며 나무를 느끼고 꽃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는 것이다.
꽃그림과 과일, 나무 등을 주로 그린 세라핀의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고 야성적인 그림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선물이기도 했다.
결국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세라핀.
예술하는 사람의 외로움이랄까, 슬픔이 그대로 보여진다.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세라핀의 아픈 삶이 안타깝기도 하다.
먹고 자는 것까지도 사치스럽게 여기며
그림에 매달리던 세라핀.
적어도 그 정도의 집착과 정열이 있어야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기에 딱 좋은,
그래서 착찹한 마음이 되는,
그런 영화였다.
그녀의 질펀한 삶을 보면서 영화가 끝나고 한참 일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