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하기

박쥐

박산향 2009. 5. 18. 12:27

박찬욱 감독의 <박쥐>.

송강호와 김옥빈의 연기.

칸 영화제에 진출했다고 회자되고 있고,

오늘 기사에 보니 칸 마켓에서 세 나라가 <박쥐>를 사겠다고 했댄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나는 씁쓸하다.

지난 금요일 시간이 어중간해서 썩 내키지 않지만 말들을 많이 하니까 함 보자 그랬다.

호러물이나 폭력물 등 조금 잔인한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고

내용을 슬쩍 검색해봐도 끌리지 않는 영화였다.

 

역시...

2시간 내내 머리가 아팠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중간에 나와버릴까 갈등을 겪을 정도였다.

 

뱀파이어로 변한 신부 상현이 종교적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다.

누구나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갈등하고 고뇌하겠지만

굳이 신부라는 캐릭터를 이용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극단적으로 치닫는 욕망의 덫.

사람의 피를 꿀꺽꿀꺽 맛있게도 마셔대는 상현과 태주를 차마 차분하게 바라보지 못하겠다.

두 사람(? 두 뱀파이어?)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타서 죽는 마지막 장면까지도 억지스럽다.

속죄, 자기들의 죄를 모두 가져가고 다른 사람에게 더 이상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순교자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겠지만

울부짖으며 부둥켜안고 죽어가는 두 인물에게 털끝만큼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 건 왜였을까?   

 

속이 메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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