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하기

슬럼독 밀리어네어

박산향 2009. 3. 23. 09:44

아카데미상을 휩쓸어서 화제가 되었던 <슬럼독 밀리어네어>.

인도의 슬럼가 출신 "자말"이 백만장자 퀴즈쇼에 출연하는 이야기다.

슬럼가의 개(dog)가 백만장자가 된다는...

 

 

 

자말과 살람 형제는 빈민가에서 자라지만 결코 어둡지 않다.

사회상황이 어지럽고, 찢어지게 가난하고, 엄마마저 죽고마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렇지만 밝고 경쾌하고 적극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는 형제는

역시나 혼자가 되어 떠돌던 라띠카를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자말에게 라띠카는 운명이었고

삶 자체였다.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콜센터 차심부름꾼 자말이

퀴즈쇼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를 해나간다.

 

 

 

못배우고 가난한 자말이 퀴즈를 척척 맞히는 것에

무슨 속임수가 있다고 생각해 경찰에 넘겨져 고문까지 받게 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경찰이 심문을 하면서 어떻게 퀴즈의 답을 알았는지,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점점 밝혀지고...

 

 

 

빈민가였던 붐베이는 이제 고층 빌딩이 설 만큼 발전되었고,

살람 형은 폭력조직원이 되어 호화롭게 살아가는데

자말의 가슴 속에 있는 라띠카는 찾을 길이 없다.

 

 

 

 

온 국민이 즐겨보는 퀴즈쇼를 라띠카도 볼 것이라 여기고,

퀴즈쇼에 도전하였던 자말.

자말은 현실을 도피하고 운명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 아닌,

돈이 목적이 아닌,

오직 라띠카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애초부터 둘은 운명이었다.

 

현대는 정말 계급이 없는 사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노동자 계급에서 지배계급에 이르기 위해서는 끝임없는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하는데

그 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교육마저 주어지지 않는 곳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지배계급에서는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그렇게 이끌어나가고...

그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구조.

굳이 인도가 아니라도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내 자리, 내 모습.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사는 건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를 구조적으로 비판하는 눈을 떠야하는데

그걸 어디서 배우고 깨닫는단 말인가.

 

못먹고 헐벗은 슬럼의 우중충함이 내내 우울하지만

자말과 라띠카의 사랑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영화다.

밝은 아이들과 퀴즈의 긴장감,

적당한 사회고발과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추천하고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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