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하기

워낭소리

박산향 2009. 2. 9. 17:14

워낭...

소의 목에 달린 방울.

그것의 이름이 워낭인 줄은 이 영화를 보고 알게 되었다.

 

 

 

경북 봉화 산골 마을.

낯익은 경상도 사투리..투박한 말투.

노부부는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억척스럽게 일하는 팔순의 할아버지에게는 40년이나 된 늙은 소가 있다.

늙고 병들어 걷는 것 조차 힘겨운 소.

늙고 병들어 소 꼴베는 것도 들일을 하는 것도 버거운 할아버지.

 

 

 

그들 곁에서 늘 투덜거리는 할머니.

그리고 낡은 라디오.

 

 

 

소가 떠난 빈 들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마지막 장면이다.

 

소와 함께 9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웠던 할아버지.

소에게 해로울까봐 농약을 치지도 않고

오직 늙은 일소와 함께 우직하게 농사를 짓는다.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할아버지는 매일 풀을 베어 소를 먹이고

짚을 썰어서 소죽을 쑤어 먹인다.

자신이나 소나 일만 하며 살아 불쌍하다는 할머니의 투정이 귀여운 애교로 보인다.

그것은 꼭 할아버지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오직 일밖에 모르는 할아버지는 소에게 정성을 다한다.

 

워낭을 떼어내고 코뚜레를 풀어내며

눈물을 흘리며 소를 보내는 노 부부.

 소를 먼저 떠나보내고 쓸쓸히 남은 할아버지..

그들이 흘리는 눈물.

우리를 키워주었던 그 소들과 이땅의 아버지들에게 바친다는 이 영화...

목이 메이게 한다.

옛날 우리 고향마을의 풍경과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눈물이 저절로 난다. 그리움이 솟는다.

 

우리 아버지...

타고난 농사꾼은 아니었던 아버지에게 소 길들이는 일은 무척 힘들었다.

급한 성격때문에 소와 싸우기 일쑤였으니까.

지켜보는 나도 안타까울 정도였으니까. ^^

소도 주인 성격을 닮는다고 했다.

우리집 소들이 아버지만큼 한 성격했던 기억이 지금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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