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하기

우리 집에 왜 왔니?

박산향 2009. 4. 28. 05:09

* 그림자 살인 - 추리 탐정영화라 했지만 코믹이다. 황정민의 그 가벼움이란.

                        그나마 순덕(엄지원)의 캐릭터만 조금 위안이 되는 영화였다.

                        ‘모던보이’, ‘원스어폰어타임’, ‘라디오데이즈’ 등의 시대극이 주었던 실망감을

                        여지없이 다시 보여주는 그림자 살인.

 

* 노잉 - 초반부의 그럴 듯한 사건 전개와 기대는 중반을 넘어갈수록 당혹스럽다.

             종말론을 말하는 종교 영화 같은...실망이다.

 

* 제독의 연인 - 1차세계대전을 재현한 대단한 영화라고 했다.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한계라고 할까. 시간의 흐름이 어색하다.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를 보는 기분이다.

 

 

최근에 본 위의 영화들에 대한 실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우리집에 왜 왔니?>였다.  

 

한 여자가 웃는 얼굴로 동사했다.

살인혐의로 체포된 남자.

  

 

산 중턱에 혼자 사는 20살인 여고 3학년 수강(강혜정)은 7살 연하인 중3 지민이 첫사랑이다.

같이 살 사람이 없어 산에서 혼자 산다는 이유로 미친 여자로 취급당한다.

나와 조금 다르면, 뭔가 모자라면 비정상으로 취급받는 세상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순수하게 사는 수강이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여자로 몰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건 다 해줬는데 멈추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수강.

 

 

 

 

 

자기를 버린 지민을 찾아 산채로 땅에 묻어버리겠다고 작전을 짜던 수강은 병희(박희순)의 집에 들어오게 된다.

병희는 잘 나가던 샐러리맨이었지만 사고로 아내를 잃고 3년 동안 자살을 6번이나 실패.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남자다.

목을 메고 죽으려는 병희 앞에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를 하며 나타난 수강.

병희를 묶어 감금하고 죽지 못하게 하면서 오페라 글래스로 건너편 지민을 집을 감시하는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수강과 병희는 상처를 안고 있지만 차츰 서로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누가 날 보고 있는게 좋아."

두 사람은 다시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다고 했지만 이미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슬픈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사람들의 편견과 그렇게 시작된 수강의 노숙생활.

불특정 다수에게 생기는 사건 사고에 고통을 당하게 된 병희.

코믹하면서도 밝게 만들어진 영화가 결코 웃고 넘길 수만은 없다.

영화 뒤에도 잔잔한 여운이 감도는, 그래서 간만에 괜찮은 우리 영화를 만났다 싶다.

  

지윤이랑 둘이 본 <우리집에 왜 왔니?> 는 또 다른 기쁨을 주었다.

 

- 영화 정말 잘 만들었네요. 앞에 사람들은 자꾸 킥킥 웃던데, 웃긴 건 아니잖아요.

 

어느새 나름대로 평가를 하는 딸을 보면서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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