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함께 하는 남자 중에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
나보다 다섯 살 아래.
넙죽 "누나" 라고 부른다.
몇 번 밥도 먹고, 쇠주도 몇 잔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생 취급을 해버린다. 말을 놓았다.
그런데 이 남자,
술은 그런대로 봐준다치고, 담배를 즐겨 피운다.
담배 냄새에 민감한 나는 아주 고역이다.
내 옆자리를 고집하는 이 남자의 담배 냄새에
다른 자리로 도망치기는 치사한 것 같고 참 애매하다.
한번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자 담배 냄새가 확 풍겨오길래
딱! 등짝을 후려쳤다.
- 담배 좀 피우고 들어오지 마라. 아님 냄새 다 없애고 오든지.
- 어이, 이거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구박이네.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랜다.
대놓고 직접적으로 말해버리는 데다가 한대 쥐어박았으니 말이다.
그새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해졌나 하는 눈들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문자가 왔다.
- 누나, 일이 너무 많아요!^^ 미치겠다...ㅋㅎ
로맨스?
ㅋㅋ
로맨스는 커녕 어깨에 짐을 하나 더 올린 셈이다.
이 남자,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조금 심해보일 정도로 말을 하기 어려워하고... 따라서 듣기도 무척 힘들다.
그거 다 상대해주자니 내가 숨이 찬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누나라 부르고 따르는데..상대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자꾸 의지하는데
매정하게 모른척 할 수도 없다.
나 자신에게 새로운 점을 발견한 건...^^
이런 장애인 친구랑 식당에 가거나 이야기를 나누는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남들 시선도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ㅋㅋ 이만하면 나도 꽤 괜찮은 것 같은데....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