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오 마이 갓!

박산향 2009. 12. 7. 11:12

오지랖이 넓다는 소리를 듣는 나지만 더한 사람이 있다.

남편 오지랖은 아무래도 몇 평은 더 넓은 것 같다.

 

주말에 산청 고향집엘 갈 생각을 했다.

배추도 가져와서 김장도 해야하고..

그런데 브래드와 함께 가겠다고 한다.

미국인 브래드.

처가에, 그 시골에 브래드를 동행하겠다니.

당일 오는 것도 아니고 하루 자고 올건데...

솔직하게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그렇게 하겠다는 걸 하지 마라는 못하는 성격이라 함께 나섰다.

엄마한테는 김서방 친구 한 사람이랑 같이 간다고 해 두었다.

 

두 사람은 내내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간간히 들리긴 해도 도통 같이 대화에 못 끼겠다. '

나중에는 왱왱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물론 엄마, 아빠는 깜짝 놀라신다.

김서방이 가끔 친구든 동료든 같이 다녀가곤 했지만

파란 눈의 미국사람을 데리고 나타날 줄은 생각도 않으셨다.

 

- 얄궂대이~~

 

그저 웃으신다.

혹 불편할까봐 마음이 쓰이신다.

브래드는 우리네 생활을 있는대로 보고싶어하는 넉살좋은 친구라 다행이긴 하다.   

 

브래드가 엄마 김장 준비를 돕겠다고 나섰고

우리도 기꺼이 그를 끼워주었다.

 

 

 

김치도, 된장도..

심지어 생마늘까지도 덥석덥석 먹을 수 있는 브래드는

혼자 잘 방을 마련해주었지만 굳이 우리랑 같이 자겠다고 해서

큰방에서 식구들 모두..따끈따끈 불을 넣어서 모여서 잤다.ㅋㅋ 

우리까지도 소풍기분이 들게 하는 브래드.

 

 

 

조용한 시골동네에

느닷없이 나타난 브래드때문에 동네분들도 신기해했다.

빠이빠이~~로 인사해주는 어르신도 있었구..ㅋ

 

밭으로, 내 친구집으로, 약초박물관으로...

어디든 따라다니며 즐거워하는 브래드와 함께 한 고향길.

짧은 영어로,

" 옙!"   " 아 유 오케이? " 를 가장 많이 말했던 주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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