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2020년을 살며

산책길에

박산향 2020. 3. 27. 09:15

재택근무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잠깐씩 산책에 나서게 된다. 

수영천, 온천천에 봄꽃이 한창이다. 

볕 좋은 한낮을 즐기기에는 코로나19의 불안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인지 강바람을 쐬는 행복은 어느때 보다 크다. 

 

길 옆으로 들꽃이 천지다. 

봄까치꽃도, 꽃마리도, 냉이꽃도 봄볕을 따라 피어올랐다. 

 

광대나물 무리도 만난다. 

 

문득 아버지 생각에 걸음을 멈추었다. 

벌써 3년이 지났는데도 중간중간 나의 삶에 아버지가 훅 치고 들어온다. 

묵정밭의 냉이 무리를 보며 좋아하는 나에게 전부 "지슴"인데 좋아한다고 혀를 차셨지. 

다 갈아엎어야 농사를 짓는다고...

그러시다가도 어디어디에 니 좋아하는 꽃이 피었다며 전화를 하시던 아버지.

한번 다녀가라는 말을 은근 슬쩍 돌려 말씀하신 거였다. 

그러면 모른척 꽃보러 왔다며 고향집을 가곤 했었다. 

 

마당에 심어놓으셨던 아버지의 금낭화도 조금 있으면 필 것이다.

그때쯤 편안하게 시골집에 갈 수 있을까.

어디로 움직이지 못하는 전염병의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봄땅에서 새파란 생명들이 힘차게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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