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엄마

박산향 2009. 5. 7. 15:42

시골 분들이 새벽 일찍부터 움직이며 부지런한 건 다 아는 사실이지요.

며칠 전 산청에서 하룻밤을 잘 때요,

엄마가 새벽에 토닥토닥 움직이는 소리를 듣는게 얼마나 좋던지...

살짝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 새벽에 핸드폰이 한 번 울리다 말았습니다.

4시 15분.

어? 엄마네.

다시 한 번 더 울려요.

무슨 일이 있나... 이 새벽에.

내쪽에서 전화를 했습니다.

 

왜요? 아버지 안좋으셔요?

아이다, 잘못 됐다. 밭에 갈라고. 더 자라.

뚝!

 

엄마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립니다.

7시면 품을 파는 일을 하러 나가시더군요. 

그런데 새벽에 밭에 나갔다가...

어제 저녁에 제가 마지막으로 엄마랑 통화를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전화기를 열자 살짝 잘못 건드린 버튼이 신호를 오게 한 거였구요.

 

나도 4시 30분 정도에 일어나긴 하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밭에 나가는 엄마도 있는데

집 안에서 읽고 쓰는 일쯤은 얼마든지 해도 되지 않겠나 싶은 겁니다.

 

때로는 엄마가 아릿한 아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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