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2020년을 살며
목소리가 큰 여자
박산향
2020. 4. 8. 14:26
그녀가 편의점을 시작한지 2년쯤 되었다.
다른 일을 하다가 경영을 시작한 셈이다.
초등학교, 여중 여고를 근처에 끼고 있어서 편의점에는 학생 손님들이 많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끼리끼리 수다를 떨며 주전부리를 하는 모습에
덩달아 아련한 추억 속에 돌아가기도 한다며 웃는다.
여느 편의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들릴 때마다 활기가 넘친다.
우선 그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컵라면 물을 받는 학생을 보면,
"뜨거우니까 조심!" 하며 고함을 지른다.
편의점 아주머니가 이렇게 큰소리치는 건 처음봤다니까 멋쩍게 웃는다.
아이스크림을 뜯으면
"쓰레기통에 제대로!" 라며 지적을 한다.
그녀의 편의점에서는 손님들이 분리수거를 안하면 안된다.
목소리 큰 그녀가 뒤에서 체크를 하기때문이다.
여름에 테라스에서 캔맥주를 따는 동네사람들은 조용히 하지 않으면 내쫒긴다.
그것도 9시 이후에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지 못한다.
주택가에 있는 편의점이라 그런 규칙을 내걸었고, 처음에는 못마땅해하던 동네분들이 전부 단골이 되었다.
그녀의 편의점은 동네 사랑방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그곳에 자리를 잡는다.
푼돈밖에 안된다고 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그녀가 행복해보인다.
우중충한 날씨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녀의 편의점.
오늘도 슬쩍 들렀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