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뷰티
그레이트 뷰티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토니 세르빌로(젭 감바르델라), 사브리나 페릴리(라모나), 세레나 그란디(로레나)
영화는 로마의 관광객들을 비추며 시작된다.
스탕달 신드롬으로 일본남자 하나가 쓰러져버린다.
뛰어난 예술품을 감상한 뒤 심장이 뛰는 등 몸에 이상을 느끼게 된다는 스탕달 신드롬.
눈부신 이탈리아의 풍광과 음향..
그리고 세련된 미장센에
영화를 보는 동안 내 심장도 두근거린다.
젭은 26세에 이탈리아 상류사회에 발을 딛어
66세가 된 40년동안 사교계의 왕으로 군림한다.
화려한 파티와 향략 속에서도 쓸쓸함과 우울함을 떨쳐내지 못하던 젭은
첫사랑 엘리자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청년시절을 떠올린다.
젭은 단 한편의 소설로 유명해진 작가였으나
상류사회의 생활에 젖은 후 작품은 쓰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는 예술가와 예술품, 다양한 예술행위를 보여준다.
알몸의 여인은 머리를 벽에 부딪히며 피를 흘리는 퍼프먼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한 소녀는 온 몸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버지가 찍은 14세까지의 얼굴과
그 후로 작가가 직접 찍은 얼굴 사진을 전시한 거대한 벽 앞에서
젭은 아무말 없이 감상에 젖기도 한다.
젭의 일상을 따라가는 동안 다양한 미술품을 구경하고,
노래를 듣고, 공연을 보게 되며
여러 곳의 건축물과 아름다운 장소를 만나게 된다.
정신장애를 가진 청년의 죽음,
사랑했던 스트립댄서 라모나의 죽음..
젭보다 젊은 사람들의 죽음은 젭의 우울을 한층 깊게 만든다.
104세 성녀 마리아는 뿌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남겨주고..
젭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즈음에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찾느라
글을 다시 쓰지 못했고,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사람들 틈에서는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는..
그가 속해 있으면서도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허세적 상류사회.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 현재 나의 모습과 오버랩된다.ㅠㅠ
기억에 남는 대사는..
1. 극작가 연출가로 나오는 친구 로마노가
40년 로마생활을 정리하며 생각나는 이름이 단 하나뿐이라는 말..
2. 난쟁이 편집장이
젭의 어린시절 별명을 부르며
친구라면 가끔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게 해줄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말..
몽환적이고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영화로
다소 번잡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속을 꽉 채워주는 힘이 있다.
삶은 모두 소설과 같은 허구이며 죽음으로 향하는 여행이다 -<밤의 끝으로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