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하기

런치박스

박산향 2014. 4. 12. 10:36

런치박스

 

감독/리테쉬 바트라

출연/ 이르판 칸(사잔 역), 님락 카우르(일라), 니와주딘 시디퀴(셰이크)

 

 

 

인도 뭄바이에서는 아내들이 도시락 배달원을 통해서

남편의 직장으로 도시락을 배달시킨다고 한다.

집밥을 먹게 되는 것이다.

 

인도의 거리, 기차, 사무실..

대도시의 직장생활 속에서 인도인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유쾌한 발리우드 영화의 뮤지컬 요소가 없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인도풍으로 승화시킨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쇼킹한 사건이나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이 없지만

잔잔하면서도 삶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런 분위기의 영화가 마음에 쏙 든다.  

 

 

 

일라는 딸 하나를 둔 평범한 주부다.

남편의 무관심으로 외로움을 느끼는데

위층 이모의 조언으로 도시락 음식을 신경써서 싸 보내지만 남편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어느날,

말끔하게 배워진 도시락이 돌아오자 기대를 하고 남편을 기다렸으나

도시락이 잘못 배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라는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는 쪽지를 써서 도시락에 넣어 보낸다.

 

 

 

"오늘은 음식이 짰어요"

간단하게 답을 했던 사잔.

아내가 죽고 혼자 무료한 삶을 이어가며 은퇴 한 달 남기고 있던 사잔에게

일라의 도시락과 쪽지는 활력소가 된다.

그렇게 서로 주고 받게 된 도시락 쪽지로

두 사람은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대도시, 직장인의 삶.

평범한 아내로서의 삶.

자기만의 인생 여정에 고민을 하게 되는 일라와 사잔.

은퇴를 하려던 사잔은 은퇴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일라도 갈등을 겪는다.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아이와 함께 고층빌딩에서 떨어진 어느 여인의 자살.

소소한 생활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두 사람을 더욱 친밀하게 만든다.

일라는 사잔에게 만나자는 쪽지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잔뜩 멋을 냈던 사잔은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

 

당신은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나에게 할아버지 냄새가 났습니다.

 

문득 자신의 늙음을 알아차린 사잔은 일라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였던 것이다.

일라가 사잔의 직장으로 찾아 갔을 때는  

이미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뒤였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를 모두 팔아서

아이와 함께 부탄으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 일라.

은퇴 후 다른 도시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사잔.

이 영화는 두 사람의 만남을 열어두었다.

일라와 사잔이 만나든 만나지 않든 그것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각자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있고, 시작하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거 아닐까.

그동안 익숙해져있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그 무엇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것은

부러움이고 희망이다.  

매너리즘에 젖어 살아지는 내 생활을 점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