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하기

우리 선희

박산향 2013. 10. 9. 12:11

 

우리 선희

 

감독/홍상수  

출연/정유미(선희), 이선균(문수), 김상중(동현), 정재영(재학)

 

 

 

홍상수 감독의 잔잔함과 일상을  지겨워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반가운 영화가 <우리 선희>다.

이웃의 누군가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친근하다.

 

 

선희는 영화과 졸업 후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갑자기 모교를 찾는다.

유학을 위해 추천서를 받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세 남자(어찌 보면 네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과 사소하지만 특별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 이야기다.

 

 

남자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선희"에 대한 추억이 있다.

나름대로 선희를 기억하고

자기 방식대로 선희를 평가한다.

선희의 마음이나 선희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그들만의 규정이다.

 

우리 삶의 단면을 그대로 노출하는 듯해서 움찔한다.

내가 누군가를 바라보고 판단할 때

얼마나 객관적으로 또는 얼마나 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가

오로지 나의 시각에서

나의 판단으로

나의 관점으로 그를 이야기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아는 "그"는 정말 그의 본질일까?

아무것도 모른체 보여지는 그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에 접어든다.

 

누구나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들키고 싶지 않는 기억이나 설레임..

그런 작은 일상에서 나를, 그리고 너를 발견하게 되는 영화다.

 

"우리"...라는 말을

그렇게 다정하게 말머리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누가 나를 부를때

"우리 0 0 "라고 해주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