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피에타
감독/ 김기덕, 출연/조민수(강미선) 이정진(이강도)
고등학생이었을 때,
미켈란젤로의 이 조각상 피에타에 끌려서 사진을 오려 수첩에 붙여놓았었다.
미술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종교적인 이유 때문도 아닌..
그냥 마리아의 표정과 이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였다.
언젠가 이태리에 가서 직접 보리라고 맘 먹었었고..^^
동일한 제목으로 만든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 상의 가치는 솔직히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
그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에
<수취인불명><해안선><나쁜남자>의 다소 불편한 화면들이 생각나지만
그 영화들은 논쟁이나 고발적 내용을 담고 있어서
깊이 각인되는 특징이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보여주었던 영상미와
철학적인 메세지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었고,
<빈집>에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선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의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보며 토론을 하곤 하는 영화가 <시간>이다.
성형에 열광하고, 밖으로 보이는 몸과 외모에 열중하는 현대인의 심리와 허망함을 보여준다.
김기덕 감독의 경고는
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다소 잔인한 장면들에는 눈을 뜰 수가 없다.
숨기면 안되는, 그러면 강렬한 전달이 안되는 것이겠지만
겁많은 나는 오래도록 충격을 받는다.^^
강도는 사채업자의 하수인이다.
아주 잔인하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이자가 원금의 10배가 되는 돈을 받아내는 냉혈인간이다.
감정이 없는 짐승처럼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엄마'가 나타난다.
너무 철없을 때라, 겁이 나서 버렸다며
미안하다고..다 엄마 잘못이라며
강도의 곁에서 머문다.
처음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강도가
차츰 엄마를 통해 변화를 갖게 되는데..
처음으로 자신을 돌봐주는 엄마를 만난 강도는
엄마에게서 위안을 느끼지만
엄마의 실체는 또다른 '복수'였다.
강도로 인해 목숨을 끊은 아들.
엄마에게는 아들이 따로 있었다.
엄마가 사채업자를 응징하는 장면이나
"강도 불쌍해!" 라며
모성을 보여주는 것이 용서이고 자비일까.
누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 문제일까.
삶은 자신이 엮어나가는 것이고,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지만
이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은 그 기본적인 것도 위태롭게 만든다.
열심히 일하지만 거대 자본에 끌려가는 영세업자들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구조의 혁신이 없는 한
'강도'는 끊임없이 활동할 수밖에 없고,
강도에게 당하는 억울한 '훈철'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