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때론..

박산향 2011. 8. 7. 13:37

 

헌옷 버리기

                              -김종섭

 

내가 너의 꿈이었던 것처럼

네가 나의 꿈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가 가고 달이 가고

이제 꿈은 꿈으로만 남아

더는 가질 수 없는 허망이 되고 말았다.

내가 잊혀져

무의미한 존재가 된 것처럼

너 또한 잊힌 짐이 되어

한 결의 티끌로 날아갔다.

관계는 이처럼 꿈에 있지 않고

목전의 계산에서 거래되나니

가소로운 다짐의 허망함

영원이란 부질없는 낱말임을.

체온을 담아 찢어버린 등피를 밟고

서늘히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