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하기

헤어드레서

박산향 2011. 7. 19. 10:50

헤어드레서

 

독일(2011),    감독:도리스 되리

출연 : 가브리엘라 마리아 슈마이더(카티), 나타샤 라비주스(율리아), 김일영(티엔), 크리스티나 그로세(질케)   

 

 

 

 

 

 

카티는 친한 친구에게 남편을 뺏기고, 딸 율리아를 데리고 베를린의 가난한 동네로 이사온 싱글맘이다.

고용센터를 찾아 직장을 구하려고 하지만 뚱뚱한 외모때문에 쉽지 않다.

그녀는 혼자서는 원피스 지퍼를 내릴 수도 없고,

커텐 줄을 잡지 않으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뚱뚱하다.

게다가 율리아마저 카티에게 고분고분하지도 않으며, 엄마에 대한 불만으로 그득하다.

고용센터에서 소개한 동네 백화점의 미용실에서도 면접에서 거절당한다.

그 미용실을 나오면서 문을 닫은 중국집을 본 순간 그곳에 미용실을 직접 차리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간다.

그러나 보증금을 마련하기도 힘들고

규정에 맞는 인테리어와 대출이 어려워서 고생하던 중,

폴란드 국경지역에서 베트남 불법이민자를 수송하는 일을 맡아서 돈을 마련하게 된다.

그렇게 만난 베트남인 티엔은 미용실 오픈 준비를 도와주게 되고

둘은 뚱보와 홀쭉이의 너무나 코믹하지만 아름다운 정사 장면을 만든다.     

미용실 오픈이 자꾸 어긋나자 카티는 미용실을 포기하고, 그 돈으로 딸을 미국으로 보냈다.

의지하던 티엔도 떠나고, 미용실도 무산되었지만

카티는 취직하여 손님들의 머리를 만지며 "헤어드레서"로서 유쾌하게 살아간다.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약하다.

보호받고 싶은 나약한 마음은 주체적인 삶을 방해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고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덜어내야 한다.

 

갑작스레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맞은 카티는

삶을 구경하거나 환상적으로 생각할 형편이 아니다.

딸을 키우고 혼자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길게 늘어선 구직자.

까다로운 조건의 대출.

국경을 넘는 불법이민자.

늘 고장나 있는 엘레베이트 때문에 10층까지 뚱뚱한 몸을 끌고 걸어다녀야만 하는 황당함까지.     

사회는 뚱뚱한 중년의 여자에게 더없이 매정하다.

 

그러나 영화는 통쾌하다..

여자에 대한 고정관념, 뚱뚱한 외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비꼬고 있으며,

어렵게 살아가는 각계층 사람들의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뚱뚱한 여자는 뚱뚱한 남자만 좋아하란 법있어? " 라며 접근하는 뚱보 남자를 떼어버리고

홀쭉이 티엔과 사랑을 나누는 카티가 귀엽기만 하다.

누군가의, 특히 어떤 남자의 도움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이지만 열심히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카티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