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크레토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The Secret In Their Eyes)
아르헨티나/ 감독, 후안 호세 캄파넬라 / 솔레다드 빌라밀, 리카도 다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나 뿐만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근래에 본 영화 중에서 단연 적극추천 작품에 속한다.
벤야민은 은퇴 후, 소설을 쓰려고 하고 있다.
25년 전의 잊을 수 없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25년 전, 1970년대 그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사랑 이레네가 있었다.
어느날 법원에서 아직 검사로 일하고 있는 이레네를 찾아간다.
갖 결혼한 젊은 교사 릴리아나가 끔찍하게 강간 살해된 사건을 맡게 된 벤야민.
처참하게 살해된 릴리아나의 시신을 보게 된 벤야민은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너무 아름다워서 더 슬퍼지는 릴리아나의 사진들을 보며, 그래도 그녀의 남편 모랄레스를 찾아가야만 했다.
모랄레스는 그때부터 그녀에게서 시간이 정지된 채로 살아간다.
공사장 인부 두 명이 범인으로 잡혔으나 심한 구타로 거짓 자백했음이 드러나고...
벤야민은 그녀의 앨범들에서 유독 그녀에게 눈을 못 떼고 훔쳐보는 고메스를 찾아낸다.
직감적으로 범인임을 알게 되는 벤야민은 고메스를 찾아나서지만 벌써 도망가버린 뒤였다.
릴리나아와 어릴때 친구였던 고메즈는 릴리아나에 대한 집착으로 그녀를 죽이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축구장에서 고메스를 검거한다.
이레네의 재치로 고메스가 자백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후,
강간 살인범 고메스가 버젓이 티비에 나온다.
풀려난 것이다.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혼란 상황은 반정부 작전에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석방을 한 것이다.
거대 권력자인 정부를 상대로 벤야민과 이레네와 모랄레스는 아무 저항할 힘이 없었다.
25년이 지난 시간..
이레네와 벤야민은 고메스와 모랄레스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기로 한다.
머리가 허연 노인으로 만난 벤야민과 모랄레스.
살인범을 그냥 죽이면 억울해서 안되고 늙을 때까지 가치없는 삶을 살도록 해야한다던 모랄레스는
외곽에서 아직도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고메스를 죽여서 묻어버렸다고 했던 모랄레스.
그는 늙어가면서 가치없는 삶을 살게 하겠다던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벤야민은 친구 파블로가 남자라면 변하지 않는 열정이 있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낸 것이다.
"제발 나한테 말 좀 하라고 해주세요."
고메스는 그동안 없는 사람 취급을 받으며 모랄레스에게 짐승처럼 사육된 것이다. 말한마디 붙이지 않고..
초반 부에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연출에 조금 산만한 것 같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저절로 정리가 된다.
현재, 벤야민 앞에는 이레네가 있다.
공허한 생활을 하는 이레네.
"내 삶에 이의을 제기해 보세요"라고 했던 이레네.
릴리아나에 대한 모랄레스의 변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
자신의 처지에 말하지 못하고 묻어버린 이레네에 대한 벤야민의 사랑.
빗나간 열정으로 강간 살인을 하게 된 고메스.
범인을 쫓아가는 긴장감과 함께
벤야민의 로맨스가 아주 맛깔스럽게 요리된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남자를 단정하지만
여자들도, 모든 사람들도.. 자기가 좋아하고 집착하는 하나의 "열정"은 변할 수가 없다.
고메스가 축구에 대한 열정때문에 축구장에서 검거되었듯이..
파블로가 술을 포기하지 못하듯이..
모랄레스가 릴리아나를 잊을 수가 없듯이..
벤야민이 이레네를, 이레네가 벤야민을 결코 떠날 수 없듯이..
그들에게 간절한 그 "열정"은 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새로운 발견(?) 으로 이레네를 찾아온 벤야민.
많이 복잡할 수도 있어..
알아..
영화가 끝나도 바로 일어설 수가 없다.
벤야민이 닫는 문 밖에서 우리는 가슴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