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탈주
감독/이송희일 주연/이영훈, 소유진, 진이한
군대라는 닫힌 공간의 엄격한 통제와 견딜 수 없는 갈등 속에서 터져 나온 저항, 청춘들의 분노와 좌절감 그린 영화이다.
14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상을 수상했다.
재훈(이영훈)과 민재(진이한), 그리고 동민이 함께 탈영하면서 벌어지는 6일간의 이야기다.
재훈은 홀어머니가 암투병 중이다. 의가사 제대를 신청했지만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고,
며칠째 어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어머니를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민재는 이유를 말하지 않고 애인이 떠났다고 했지만 탈영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연악하기만 한 동민은 상사들의 괴롭힘과 해병대 출신 아버지의 강압에 견디지 못한다.
첫날, 다리를 다친 동민은 결국 자살을 택한다.
재훈과 민재의 불안한 탈주는 이렇게 시작된다.
재훈이 입대 전 마트에서 같이 일하던 소영(소유진)이 이들의 탈주를 돕는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지만 군대라는 조직을 도망쳐나온 이들에게 어떠한 결말이 올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소외계층의 무모한 반항이라고 여겨져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재훈은 고향집에 도착하지만 이미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버렸다.
군과 경찰의 포위에 그 어머니의 집, 어머니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재훈은 넋이 나간다.
변심한 애인에게 복수할 거라는 민재의 말못한 아픔은 성추행이었다.
민재는 상급 장교의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총을 쏘고 탈영을 하게 된 것이다.
거대 조직에 대한 반항, 그곳으로부터의 탈주.
6일간의 이야기기는 밀항으로 막을 내리나 싶다.
그러나 그들의 밀항은 이루어지기 않고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소영이 총에 맞아 죽자 재훈은 감히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엔딩이다.
2010년, 군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그렇겠지..
영화는 재훈과 민재의 혼란과 불안, 그리고 그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곳이 다른 어디든 떠나고 싶었지만 고아가 된 것처럼 그들이 갈 곳도 반길 사람도 없다.
군대를 소재로 삼았지만 실은 어떤 조직에서든 기계화되어가는 우리들,
그것으로부터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답답한 우리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