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찔레 - 문정희

박산향 2009. 5. 28. 07:22

 

            찔레 - 문정희

 

 

    꿈결같이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이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 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