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살았다

박산향 2009. 4. 15. 05:38

집에서 가까운 농산물도매시장이 있어요.

마트보다 훨 싸고, 종류도 많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데요..

과일 야채 뿐 아니라 건어물, 생선동도 있어서 그 곳에 가면 필요한 건 왠만하면 다 살 수 있어요.

 

한 후배의 소개로 과일 도매상에 오래 전부터 단골로 들락거리는데

그 주인 아주머니는 만났다하면

 

- 밥 묵었나? 국수 한 그릇 할래?

 

다짜고짜 앉혀서 쉬게 합니다.

국수가 아니면 커피라도 한잔 해야 합니다.

 

어제 과일을 살까 해서 들렀는데

 

- 니 안 죽고 살 줄 알았다.

 

그럽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일반 사람들하고 조금 다른 면이 있거든요.

본인의 말대로라면 귀신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게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을 보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있나는 훤히 꿰뚫는 것 같긴 해서 놀랄 때는 있습니다.

 

- 그때 보니 니 옆에 귀신이 없더라. 오렌지 하나 주까? 요새 아바이는 왜 안 보이노?

 

씩씩하게 큰소리로 하는 아주머니 이야기.

저는 이야기 할 기회도 별 없을 뿐더러 할 말도 없어서 주로 대답만 합니다.

ㅋㅋ 무겁지 않은 짐도 굳이 차에까지 들어다 주는 친절함까지.

 

과일을 다 먹을 때까지 그 분의 쟁쟁한 목소리가 남아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