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어머니도 김치~~

박산향 2009. 4. 6. 05:52

 

 

 

올해 팔순이신 시어머니. 아버님 가시고 혼자 지내신지 4년이 되었다.

주말에 아들네가 올까봐 일부러 밥을 넉넉하게 해 놓으시는 분을 생각하면

조금 성가셔도 잠시라도 들리지 않으면 맘이 편하지 않다.

 

우리가 일요일까지 일 하고 다음 주를 보내려면 무지 힘이 들듯이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는 주말을 보내고 나면 다음 한 주가 또 얼마나 지겨울까.

그걸 뻔히 알면서 외면할 배짱은 없는가보다.

물론 기다리시는 아들 혼자 다녀올 때가 더 많지만 말이다.

 

토요일, 마침 모임도 있고 해서 조금 일찍 나서서 어머니한테로 들렀다.

눈이 아직 말짱하신 덕에 신문을 꼬박꼬박 챙겨 읽으시는 어머니.

집으로 배달되는 연금 잡지나 광고지까지도 훑어 읽는 분이시다.

그래서 세상 이야기를 알콩달콩 들려주곤 하신다.

이번에는 당연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비판을 하기 시작하셨다.

“쥑을 놈들! 고거 쪼깨만 덜 하고 굶은 사람들 배나 채워줄 것이제...”

오히려 애기 키우느라 정신없어 세상 돌아가는 것 모르고 사는 막내동서보다도 더 박식하신 어머니.

 

혼자 지내면서도 자기 관리에는 철저하다.

그런데 언젠가 한번 슬쩍 꺼냈듯이 통이 큰 분은 아니다.

뭐든지 조금조금, 꼼지락꼼지락이시다.

멸치가 떨어졌다 하셔서 박스채로 싸들고 갔는데 내 주머니에 만원을 찔러주신다.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럼 좀 많이 주시든지요.”

했더니 배운 게 이것 밖에 안돼서 할 수 없다며 웃으신다.

담에 많이 주시겠댄다.

생일이라고 만원, 와서 청소했다고 만원, 약숫물 받아왔다고 만원....이런 식이다.

 

추워 보인다고 보일러 올려서 방바닥을 덥혀 주신다.

누워서 눈 좀 붙이라신다.

그럼 나는 못이기는 척 눕는다.

누우라 한다고 덜렁 눕나 속으로 그러실까.

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버린다.

허리가 꼬부랑한 어머니는 앉아서 시금치를 다듬고,

젊은 며느리는 염치없이 잠이 들어 버렸다.